홍보팀 | 2024.04.08.
회사 창립 40주년 기념일을 맞아 필리핀 세부로 4박 5일 워크숍을 떠났다. 이 시간은 동료 사이, 선후배 사이, 그리고 삶의 채움과 비움 사이를 만끽할 풍성한 축제였다. 동시에, “드디어 나도 ‘#회사에서 보내 준 여행’이라는 해시태그를 포스팅할 일이 생긴 것인가”라며 흐뭇했다. 그 축제의 현장으로 함께 가보자.
남는 건 사진이라는 국룰
풍문으로 들었소, 세부
세부(Cebu)를 조사하면서 알게 된 것 몇 가지. 나의 최애 영화 중 하나인, <아바타>(2009, 제임스 카메론)에는 ‘허공의 폭포산’이 나온다. 이 산이 오슬롭에 있는 투말록(Tumalog)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점(투말록은 비단이란 뜻의 폭포다), 고래상어에게 먹힐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고래상어는 오로지 새우젓갈에만 관심이 있다), 스노클링 최적지인 모알보알(Moalboal)은 거북이 알이라는 뜻, 여행 코스를 잘 짜지 않으면 시간 낭비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있다. 몇 군데 역사적 장소도 검색해 보았는데, 산토니뇨 성당, 산페드로요새 그리고 유명한 그 탐험가 이름이 뭐더라… 아, 마젤란, 마젤란의 십자가가 종종 언급되더라. 1521년에 마젤란이 필리핀에 도착했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내게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먹거리이다. 블로그에선 음식이 뭐가 좋았다, 뭐가 별로였다, 흥정은 이렇게 해라 등 다양한 후기가 있었는데, 어찌 됐든 내겐 모든 음식이 정말 맛있었다는 점.^^ 호텔 조식도 좋았고, 시내에서 먹은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여러 가지 음식도 최소 별 넷은 줄 수 있겠다. 맥주도 얼마나 시원하던지. ‘야, 이게 천국이지’ 했다.
보기만 해도 꿀꺽
<아바타>에 영감을 줬다는 투말록에서(난 이 사진이 제일 마음에 든다)
“관광객은 삶에서 탈출하고 싶어 하고, 여행객은 현지에서 경험하고 싶어 한다”라고 한다면, 나의 포지션은 관행객 또는 여광객 정도인 거 같다. MBTI 극 I인 나로선, 액티비티(활동 체험)는 늘 주저하게 된다. 아무리 고래상어가 큰 물고기(최대 18미터, 20톤씩이나 하는데 물고기라니)에 불과하다며 안심을 줘도, 이름에서 풍기는 야생미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죠스>(1975)가 자꾸 연상되는 걸 막을 순 없나보다(물론 호기롭게 참여했다). 여행 초보자로서 몇 가지 잘 모르겠는 용어들이 종종 보였는데, 호핑투어, 캐녀닝, 방카 등이 있다.
‘호핑투어’는 주로 방카를 타고 열대어, 산호, 거북이 등을 보며 이곳저곳 돌아다닌다는 의미의 프로그램을 말한다(호핑이 깡충깡충 뛴다는 말이니까). 선셋크루즈 호핑투어라면 크루즈에서 노을도 보며 여러 곳을 즐기는 호핑 정도 되겠다. 캐녀닝은 트래킹, 암벽타기, 동굴탐사, 급류타기 등을 묶어 만든 활동 체험을 이르는 말이다. 1834년에 첫 사용됐다고 하는 캐니언(canon)이란 단어는, 협곡을 뜻하는 스페인어 cañon에서 유래됐다고 한다(그래서 미국 애리조나에 있는 거대한 협곡 그랜드캐니언이라고 하는구나).
방카(bangka)는 필리핀의 전통 배다. 아래 사진을 보면, 카누처럼 생긴 배에 대나무 날개를 달고 안정감 있게 균형을 맞춘 모습을 볼 수 있다. 2인용 방카부터 수십 명이 탈 수 있는 방카도 있다. ‘방카’라는 말은 더블 카누(double outrigger dugout canoes)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카누(canoe)는 콜럼버스가 사용했던 canaoua라는 말에서 왔다고 한다. 나무의 중간을 패서 만든 그 배 맞다. 아일랜드 포크 밴드인 더 울프 톤스(The Wolfe Tones)는 「Paddle Your Own Canoe」(당신의 카누를 저으세요)(1981)라는 곡을 발표했고, 배우 닉 오퍼맨(Nick Offerman)도 동일한 제목으로 책을 출판(2013)했다. ‘Paddle Your Own Canoe’는 “자기 일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다”라는 의미의 관용구로 사용된다고 한다.
다양한 크기의 방카
방카에서 날아갈 것 같은 플랜카드를 꽉 움켜쥐고 있는 대일人
호핑 중인 우리를 드론으로 찰칵!
4박 5일 여행방정식
잘 놀고, 잘 먹었다. 내 안에 응축됐던 나쁜 기운을 버리고, 맑은 생각으로 채웠다. 먹거리, 활동 체험 외에 다른 신선함을 준 것이 있는데 그것은 PPT 발제 시간이었다. 안 차장님과 이 과장님은 ‘개인과 조직의 성장’에 대해 말씀하셨다. 김 이사님은 ‘조직문화와 리더십’이란 주제로 발제하시고, 대표님은 우리들의 이야기에 잘 귀 기울여 주셨다. 회의실이 아닌, 창을 열면 에메랄드 수평선이 달려오는 공간에서 간식을 곁들이며 논의하는 이 시간은, ‘회사는 출퇴근하는 곳’이란 의미를 넘어, ‘뜻깊은 사이’로 다가오는 경험이기도 했다. PPT에서 “대일시스템은 나”라는 문구가 나올 때 속으로 ‘풋’하고 웃었지만, 그 내용에 공감할 수 있었다.
채움과 비움 사이를 갈피로 집어놓다
우리는 언제나 여행 한다
여행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여행사에서 근무하는 지인이 “어떤 여행이든 제목을 붙여봐”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여행이면 여행이지 무슨 제목까지야’라고 했었는데, 흥미롭게도 제목을 붙이고 나니, 과거의 여행이 현재의 여행으로 살아나는 느낌이 든다. 당신에게 그 여행의 제목은 무엇이며, 앞으로 여행의 제목은 무엇인가.